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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의 책장/일용할 양식

언어의 마술사가 될 것인가 관종이 될 것인가? - 스틱 리뷰 (2/6)

당신이 이미 누군가로부터 주목을 받는 상황에 있다면 단순성의 원리를 통해 스티커 메시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타인의 시선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칩스 히스와 댄 히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인 '의외성의 원리'를 소개한다. 지금부터는 낯선 사람의 마음에 딱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를 전달하는 원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2. 의외성(Unexpectedness): 예측할 수 없을 때 호기심이 발동된다

1)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

의외성의 원리의 핵심은 기존에 있던 패턴을 삐딱하게 비트는 것에 있다. 비행기 안내방송은 일정한 틀 안에서 지루하게 반복되어 사람들이 쉽게 주목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항공사의 한 승무원이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날렸을 때 모든 승객들의 관심은 안내방송으로 향했다. “애인과 헤어지는 방법에는 수십 가지가 있지만, 이 비행기에서 나가는 방법은 여섯 가지뿐입니다.” 이 승무원은 조금 색다른 맨트를 통해서 안내방송은 지루하다는 사람들의 생각에 균열을 만들었다.

 

이러한 식의 패턴 파괴는 다소 충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느 공익광고협회는 평범한 자동차 광고의 시나리오에 피투성이가 되는 교통사고 장면을 삽입해서 기존의 도식을 과감하게 깨뜨렸다. 이 광고는 시청자들에게 안전띠를 매야 한다는 메시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의외성으로 충격을 주는 전략이 상업적으로 활용된 사례도 있다.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심지어 다른 백화점에서 산 옷까지 포장해주는 관대함을 표하며 예측 불가능한 서비스로 그 이름을 떨쳤다. 효율성을 희생하면서까지 고객의 행복을 추구하는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기존의 것을 조금만 비틀어도 시선을 끌 수 있다

 

2) 지식의 공백으로 호기심 유지하기

기존의 틀을 비틀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관심을 유지하는 작업이 없으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저자는 호기심은 지식의 공백에서 비롯되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유지하려면 우선 그들이 모르는 어떤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히 자신을 과신해서 호기심을 잘 가지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우선 그들의 선입견을 공개하게 만들고 그것을 무너뜨려서 지식의 공백을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지식이 늘어날수록 자신이 모르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에 상대방에게 지식의 공백을 만들려면 이미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의도적으로 먼저 강조하는 ‘선행 조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식의 공백이 생겼을 때 사람들의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3) 사람들의 관심을 유지하는 방법

지식의 공백을 활용하는 전략은 교육, 경영, 정치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사회심리학자 차알디니는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칠 때 추리소설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이 토성 고리의 성분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마치 어떤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모습으로 설명하면서 수업이 끝나기 직전에 극적으로 정답을 공개하면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오랫동안 유지된다.

 

이러한 원리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팀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도 활용될 수 있다. 소니의 수석 기술자 이부카는 회사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라디오가 가구의 일부였던 시절에 ‘휴대용 라디오’를 개발하자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팀에게 제시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휴대용 라디오를 세상에 내놓겠다는 소니의 혁신적인 꿈은 그들의 기술자들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한다.

 

회사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모든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나아가게 하는 방법에도 의외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존 F. 케네디는 미국이 소련보다 우주 개발에서 뒤쳐지고 있었던 때에 ‘인간의 달 착륙’이란 충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인간이 달에 간다는 생각은 단순히 신선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존의 상식을 뒤집어서 사람들의 지식의 공백을 드러내는 방법이었다. 이 지식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미국 전체는 지속적으로 우주 개발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미지의 영역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지속하는 마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의외성의 원리로 지식의 공백을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거나 그들이 애매하게 아는 부분을 간지럽히는 이 전략은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식상해지거나 낚였다는 기분이 들게 할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유튜브에서도 콘텐츠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정도에 한에서 어그로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조회수를 늘릴 수 있지만 단지 어그로에 불과한 썸네일이나 제목은 사람들의 반감을 낳기 마련이지 않는가? 의외성의 원리는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언어의 마술사를 한 순간에 관종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꽤 위험한(?) 스킬임을 잊지 말자.

 

 


< 스틱 리뷰 6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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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칩 히스, 댄 히스(2020/2009/2007). 『스틱』. 경기: 엘도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