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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의 책장/일용할 양식

다섯가지 언어의 기술을 담는 그릇 - 스틱 리뷰 (6/6)

비싼 돈을 들여 좋은 식재료를 구했다 한들 이 모든 것을 적절한 비율로 담아 맛있는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필자의 눈에는 우리가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다섯가지 원리들이 좋은 재료에 해당한다면 이 언어의 기술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여섯번째 원칙인 스토리이다. 메시지를 전달할 때 스토리가 좋은 매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스토리는 어떠한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을까? 이제부터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을 살펴보도록 하자.


6. 스토리(Story): 지식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

1)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스토리의 위력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스토리가 청자에게 ‘행동의 방향’(시뮬레이션)과 ‘행동의 동기’(영감)를 모두 제공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메시지 전달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학적인 연구에 따르면 스토리를 듣는 사람들은 그들의 머릿속에서 사건의 공간적인 순서에 따라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떤 일을 단순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뇌는 동일한 부위에 자극을 받을 수 있기에 구체적인 맥락을 제공하는 스토리는 청자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이에 대표적인 예로 ‘서브웨이 다이어트’와 관련된 스토리를 한번 살펴보자. 과체중이었던 제러드 포글은 3개월동안 서브웨이 샌드위치만 먹고 무려 50킬로그램을 감량하는 놀라운 결과를 이루었다. 당시 서브웨이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일곱 개에 함유된 지방은 도합 6그램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7보다 적은6’이라는 카피라이팅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광고회사의 끈질긴 권유로 결국 서브웨이 광고에는 포글의 스토리가 담기게 되었고 그 결과는 이전의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고 한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니... 생각만해도 행복한 스토리이지 않는가?

 

2) 세가지로 분류되는 스토리의 유형

저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의 종류가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해당되는 도전 플롯, 연결 플롯, 그리고 창의성 플롯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자.

 

첫째, 도전 플롯

도전 플롯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와 같이 불가능한 도전에 직면하여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다루는 유형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면 이러한 플롯으로 메시지를 구성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둘째, 연결 플롯

연결 플롯은 신약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처럼 서로 정반대에 속한 집단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구성을 보이고 있다. 이 플롯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는 상황에 있을 때 사용하면 유용하다.

 

셋째, 창의성 플롯

창의성 플롯은 사과에서 영감을 받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과 같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공략하는 이야기를 말한다. 만약 당신이 어떤 기업에서 새로운 문화가 일어나도록 사람들을 부추겨야 하는 상황에 있다면 창의성 플롯을 메시지에 담아서 전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윗 상, 다윗은 골리앗을 물맷돌을 가지고 쓰러뜨린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는 최상의 재료들이 미쉐린 스타 셰프의 정교한 손을 거쳐 완성된 하나의 요리와도 같다. 스티커 메시지의 핵심 원리인 단순성, 의외성, 신뢰성, 구체성, 감성이 정교하게 녹아 들어간 스토리는 분석적인 사고로 얼음 같이 굳어버린 우리의 메시지를 ‘지식의 저주’에서 풀려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다. 스토리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을 때 다섯가지 언어의 기술들은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역설적으로 삶에 위기가 다가왔을 때였던 것 같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특공대에 끌려가서 고생하며 적응했던 시절들, 책을 읽는 것 밖에 할 줄 몰랐던 내가 학자금대출을 갚기 위해 호주 워홀을 가서 오지로 들어가 하루 4시간을 자며 고강도의 노동을 했던 시절들... 다양한 사건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가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었기에 힘들어도 기꺼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스토리에 도취된 나머지 다양한 책을 읽고 나의 언어를 스토리에 적합한 상태로 다듬는 작업을 게을리했던 것이 이제와서야 큰 후회가 된다.

 

 

서호주 오지에 있는 칼굴리 광산지대, 필자는 이곳에서 가져오는 샘플들을 가공하는 일을 했었다

 

이 책의 핵심은 사람들에게 통하는 메시지의 특정한 종류는 이미 정해져 있기에 지식의 저주에서 탈출하려면 지금까지 살펴본 6가지 원리들을 반드시 마스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글은 스스로 보기에도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감이 있다. 지식의 저주에 걸려 6가지 원칙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기에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된 것은 매우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철학책과 같은 추상적인 글뿐만이 아니라 정보글을 비롯하여 이야기가 있는 문학 작품을 많이 읽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티스토리라는 공간이 있어 글을 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스틱 리뷰 6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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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칩 히스, 댄 히스(2020/2009/2007). 『스틱』. 경기: 엘도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