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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의 책장/일용할 양식

돌직구를 날리는 것이 필요한 때도 있다 - 스틱 리뷰 (1/6)

말을 많이 하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능력이다. 기관총처럼 말을 퍼붓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평소에 침묵했던 사람이 무심코 꺼낸 한마디가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날도 있음을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스틱!』이라는 책에서 스티커처럼 우리의 기억에 딱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드는 6가지 원리에 대해서 파헤치고자 한다. 이 원리들은 성공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SUCCESs의 이니셜을 딴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인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중 첫번째 원리인 단순성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1. 단순성(Simplicity): 짦은 메시지가 더 큰 힘이 된다

스티커 메시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말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야 한다. 저자는 단순한 메시지가 적용돼야 하는 언어활동의 범주인 명령, 리드, 그리고 비유에 대한 예시들을 나열하고 있다.

1) 조직을 운영하면서 명령을 내려야 할 때

군대에서는 상위 지휘 체계로 올라갈수록 명령이 간단한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이를 ‘지휘관의 의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지휘관의 의도가 ‘백마고지를 점령하라’와 같은 단순한 명령으로 전달되었다고 해보자. 이때 군인들은 상시 변화하는 전장의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어서 더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가장 저렴한 항공사’라는 지휘관의 의도 안에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이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덕분에 이 회사는 다른 경쟁사들이 적자에 고전하고 있을 때도 계속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고 이에 성공적인 항공사로 거듭났다고 한다.

 

던(Dunn) 마을의 지역신문인 <데일리 레코드>는 지역 중심이라는 철칙을 고수함으로서 112퍼센트라는 어마어마한 구독률을 이루어냈다. 이 회사의 출판 편집자인 애덤스는 ‘이름, 이름 그리고 또 이름’이라는 간결한 스티커 메시지를 부하 직원들에게 던져서 그들이 신문에 지역 사람들의 이름을 담아 신문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도록 효과적으로 유도하였다.

 

 

군인들은 '지휘관의 의도'라는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작전을 시행한다

 

2) 리드를 통해서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할 때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할 때 사건의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담으려고 하다가 메시지의 핵심인 리드(lead)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신문에 실릴 글들은 자유로운 편집을 위해서 역피라미드 구조를 갖춰야하기 때문에 기사의 맨 앞에 놓일 리드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원리는 미국 경제가 어려웠던 1992년 빌 클린턴의 선거 운동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당시 빌 클린턴 진영은 그의 섹스 스캔들과 정책에 대한 너무 자세한 언급 때문에 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클린턴은 ‘균형예산’이라는 세부적인 내용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경제라니까, 이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리드를 사용하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선거 운동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빌 클린턴은 적절한 리드를 사용하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3) 상대방의 눈높이를 고려해 비유를 사용해야 할 때

짧은 메시지에 심오한 내용이 들어가야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가치있는 메시지가 된다. 속담은 간결하지만 그 안에 직관적인 통찰을 담고 있기에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서 지금까지 전해져 온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일단 알게 되면 그 이전 상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지식의 저주’에 걸려 다른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비유법을 사용하면 이러한 지식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멜로라는 과일에 대해서 설명할 때 막연하게 ‘감귤류 과일’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그레이프프루트’의 일종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비유가 스티커 메시지로 남은 경우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직원들을 다루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디즈니랜드는 모든 직원들을 ‘배우’라고 부름으로써 심지어 청소부들마저도 자신이 하는 일에 연기자로서의 사명감을 부여했다. 또한 서브웨이는 직원들을 ‘샌드위치 예술가’라고 부름으로써 그들이 빵에 넣는 한 줌의 양파에도 정성을 들이도록 만들었다.

 

 

포멜로는 그레이프프루트의 일종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명령, 리드, 비유라는 언어 활동에서 메시지의 단순성이 조직을 움직이는데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보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을의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과 대화를 하다 보면 분위기를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 드러내지 않거나 돌려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상대방의 시선을 유난히 의식하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단순성의 원리를 삶에 적용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듣는 것보다 말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상황이라면 결국에는 명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돌직구를 날리는 것이 의사소통을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 스틱 리뷰 6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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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칩 히스, 댄 히스(2020/2009/2007). 『스틱』. 경기: 엘도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