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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의 책장/일용할 양식

메시지의 신뢰도를 높이는 다섯가지 방법 - 스틱 리뷰 (4/6)

요즘과 같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세상이 과거에 존재한 적이 있었을까? 인터넷의 보급과 SNS의 발전은 현대인들이 수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주어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다양한 정보가 진열대 위에 전시되어 있는 만큼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 사이의 경쟁 또한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자신의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메시지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장치를 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칩 히스와 댄 히스가 주장하는 ‘신뢰성의 원리’는 우리들에게 힘이 있는 메시지를 만들기 위한 번뜩이는 통찰을 제시해준다.


4. 신뢰성(Credibility): 진실을 전달하기 위한 언어의 기술

1) 권위가 부여하는 신뢰성의 힘

메시지에 신뢰성을 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권위의 힘을 빌리는 이다. 권위가 없으면 아무리 진실된 메시지라도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호주 퍼스 출신의 한 병리학자 로빈 워런과 30세의 인턴 배리 마셜은 세계 최초로 위궤양의 원인이 박테리아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고작 시골 출신 의사와 인턴이 이렇게 대단한 발견을 했다는 것을 쉽게 믿어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결국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그들은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기까지 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했다.

 

진실된 주장이 권위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한 위의 사례와 정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2000년 미국 전역에서는 코스타리카산 바나나가 뇌사성 근막염을 일으킨다는 꺼림칙한 이메일이 돌고 있었다. 이 정보는 사실 가짜 뉴스였지만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만하임 연구소에서 인정한 사실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전 국민을 불안에 빠뜨렸다. 권위 있는기관의 이름이 언급되자 아무리 터무니없는 소문일지라도 사람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메시지의 진정성보다도 누가 그 메시지에 권위를 부여하는지의 여부가 메시지의 신뢰성을 결정한다.

 

 

권위있는 이름은 당신의 메시지에 엄청난 힘을 부여할 수 있다

 

2) 권위 없이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

그렇다면 권위가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메시지에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메시지에 힘을 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라

폐기종을 앓고 있었던 흡연자 팸 라핀과 부랑자 데니스는 각각 매사추세츠 주 금연 캠페인과 '도 기금재단'(Doe Fund)의 재활프로그램에서 광고를 만들 때 자신들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실제 흡연자의 비참한 삶과 재활에 성공한 부랑자의 삶이 언급된 광고 메시지는 한 사람의 인생이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강한 신뢰성을 가질 수 있었다.

 

둘째, 세부 사항을 자세히 나열하라

남자 친구의죽음 도시 전설, 미국 남북전쟁 괴담 등의 이야기는 세부 사항을 자세하게 묘사해서 ‘내적 신뢰성’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그럴듯한 정보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 버전으로 하자면 6.25 전쟁 당시 특정한 지역에서 일어난 한 사건에 대한 괴담을 푸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또한 어떤 모의재판에서는 아이의 양육권에 대해 피고인을 옹호하는 주장에 그 아이가 ‘다스 베이더 칫솔’을 사용했다는 등의 생생한 묘사가 더해졌다. 이때 판사들의 관점에서는 피고인을 의심하는 주장의 중요성이 동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은 세부 묘사가 포함된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메시지의 논리와 상관없이 세부 사항의 나열은 사람들이 그 메시지가 더 신뢰할만한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전쟁 괴담은 정보의 세세함 때문에 언제나 그럴싸하게 들린다

 

셋째, 통계 수치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라

똑같은 통계 수치라고 하더라도 좀 더 일상적인 맥락에서 표현하면 사람들에게 더 큰 인상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물리적 제약에 대해서 설명할 때 “태양에서 지구로 돌을 던질 때 오차가 600미터 이내”라고 하는 것보다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돌을 던질 때 오차가 1센티미터”라고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더 피부에 와 닿게 느껴진다.

 

넷째, 더 높은 수준의 예시(시나트라 테스트)를 사용하라

아무나 쉽게 사용할 수 없는 특정 예시를 활용하면 메시지의 신뢰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인도의 세이펙스프레스는 회사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 발리우드 영화 필름 운송을 제안했으나 처음에는 단칼에 거절을 당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이 엄밀한 보안이 요구됐던 해리 포터 시리즈 5권과 수학능력시험지를 배달한 경험을 이야기하자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 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섯째, '검증 가능한 신용'(testable credentials)을 보여줘라

백 번 말을 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상대방에게 메시지의 진위여부를 직접 확인할 것을 요청하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지미 카터와 맞선 로널드 레이건은 “과연 여러분은 4년 전보다 더 잘살고 있습니까?”라는 멘트로 통계를 언급하지 않고 국민들 스스로가 미국의 경제상황을 검증하도록 요청하여 인상적인 스티커 메시지를 남겼다.

 

 

로널드 레이건은 '검증 가능한 신용'에 호소하면서 자신의 메시지에 신뢰성을 더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메시지에 신뢰성을 부여하여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살펴보았다. 권위자의 이름을 더하는 것 이외에도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요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에 따라서 메시지의 신뢰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잔기술을 활용해서 거짓 뉴스도 진실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포함하지 못할 경우 진실을 담고 있는 메시지라도 외면받을 수 있는 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다. 진실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언어의 기술이 없으면 언제라도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주의하자.

 

 


< 스틱 리뷰 6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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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칩 히스, 댄 히스(2020/2009/2007). 『스틱』. 경기: 엘도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