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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의 책장/일용할 양식

기호와 가치관의 기원 - 지능의 역설 리뷰(2/3)

기호와 가치관의 기원 - 지능의 역설 리뷰(2/3)

 

 

사람마다 기호와 가치관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저번 포스팅에서는 사토시가 이야기하는 지능의 역할과 그 한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능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에 대한 그의 주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기호와 가치관의 기원

사토시는 지금까지 미시경제학에서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터부시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든 결국 그것은 돈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개개인의 기호와 가치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으며 오직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환경적인 제약만을 설명하면 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죠. 

 

하지만 사토시는 진화 심리학을 통해 지능에 따라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이 달라지고 이것이 인간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면서 기호와 가치관을 인간 행동의 내생적 변수로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외부의 영향인 환경 뿐만이 아니라 유전적인 지능에 의해서 결정된 기호와 가치관도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능의 역설이라는 틀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해보면 사람들이 왜 특정한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부분들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지능의 역설이란 지능이 높을수록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나 진화의 관점에서 익숙한 가치관은 일반 지능과 관련이 없다는 가정입니다. 사토시는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을 지능의 역설로 풀어낸 뒤 다양한 통계적인 자료들을 통해서 이에 대한 타당성을 입증하여 아래와 같은 사례를 언급합니다.

 

 

1) 지능에 영향을 받는 가치관들

 

A. 지능이 높은 사람은 진보주의자일 확률이 높다.

여기서 사토시가 말하는 진보주의는 “유전적으로 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며 그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도 좋다고 하는 태도”인 현대 미국의 자유주의를 의미합니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자신과 상관이 없는 타인에게 자원을 나누어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능의 역설에 따라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진보주의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린시절에 지능이 높았던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 진보주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능이 높다는 것이 똑똑하고 영리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항상 상식 밖의 방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상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향이 있습니다. 상식을 따르려고 해도 높은 지능이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을 부추기기에 지능이 높은 사람은 간단한 일도 일부러 복잡하고 특이하게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때 실제로 일상적인 일들을 해결하기 위한 효율은 엄청나게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Amotz Zahavi)‘핸디캡 이론’을 통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숫컷 공작의 꽁지깃은 실제로 포식자의 눈에 띌 확률을 높여서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나는 이러한 핸디캡이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뛰어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암컷에게 암시해줍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이 상식에 어긋나는 비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이유도 꼭 필요하지 않은 자신의 지능을 의도적으로 과시함으로서 심리적인 우월감을 얻기 위함입니다.

 

 

숫컷 공작의 꽁짓깃은 핸디캡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려는 수단이다

 

B. 지능이 높은 사람은 무신론자일 확률이 높다.

‘파스칼의 도박’(Pascal's wager)에 따르면 신을 믿어서 얻는 피해보다 신을 믿지 않아서 얻는 피해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신을 믿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어떤 사건이 우연이 발생했다고 방치하는 것보다 누군가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대비할 때 사바나에서 살던 인류의 조상들은 생존의 확률을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류는 피해망상적인 성향을 가지게끔 진화하였고 이 때문에 신을 믿게 되었다고 사토시는 주장합니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에 의해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신을 믿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통계자료들은 어린시절 평균 지능이 높은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 무신론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능이 높으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데 교육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신앙심은 더욱 두터워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C. 지능이 높은 남성은 사람만 사귀는 경향이 높고 지능이 높은 여성은 그런 경향이 없다.

인류가 사바나에서 생활할 당시에는 일부다처제가 기본이었기에 한 남자가 여러 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는 것은 진화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에 의해 지능이 높은 남성일수록 성적 배타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짝짓기의 경우 여성이 성관계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지능이 높은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선호하는 사회적 지위, 재산, 신체적 매력 등이 탁월하기에 실제로는 바람을 피우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또한 지능이 높은 여성은 불륜을 저지르기 쉽다는 통계가 있으며 이와 반대로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은 신앙심의 경우에서와 비슷하게 불륜을 저지르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남녀 모두 지능이 높을 수록 결과적으로 바람을 피울 확률이 높아진다

 

D. 지능이 높은 사람은 법을 지킬 확률이 높다

사바나에서 인류의 조상들이 살았던 환경은 폭력이 난무하는 적자 생존의 시대였습니다. 따라서 경찰과 사법 시스템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히 새로운 현상입니다. 지능이 낮을수록 진화의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운 폭력과 관련된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지능형 범죄는 진화적으로 새로운 현상이기에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가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 지능이 높은 사람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지지할 확률이 높다

세습의 욕구는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의 동족을 이롭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그렇기에 지능의 역설에 따라 선거로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으며 평균 지능이 높은 사회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2) 지능에 영향을 받는 기호들

 

A. 지능이 높은 사람은 저녁형 인간일 확률이 높다. 

아프리카를 진화의 무대로 삼은 인류는 주로 주행성 생활을 했었고 따라서 야행성 생활을 하는 것은 진화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능의 역설에 따라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저녁형 인간일 확률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고 실제로 ‘활동일 주기’(circadian rhythm) 따른 지능에 대한 조사 결과는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B. 지능이 높은 사람은 동성애자일 확률이 높다.

동성애자로서의 의식과 행동은 진화적으로 자연스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에 따라 지능이 높을수록 동성애자일 확률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통계 자료들은 동성애와 지능이 매우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C. 지능이 높은 사람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 확률이 높다.

음악의 기원은 목소리로 표현되는 노래였기에 악기를 사용하는 클래식 음악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에 의해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는 가사가 있는 노래보다 이해하기 더 어렵기에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높은 지능이 요구되는 것이죠.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D. 지능이 높은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피울 확률이 높다.

과일이나 곡물을 의도적으로 발효시켜서 진한 알코올을 마시는 일이나 담배를 피우는 일은 진화의 관점에서 매우 새로운 일이고 역사적으로 최근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러므로 지능의 역설에 따라 지능이 높은 사람은 과음을 하고 담배를 피울 확률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지능이 높은 학생들이 과음을 하게 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E. 지능이 높은 사람은 채식주의자일 확률이 높다.

인간은 본래 잡식성이기에 채식주의는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현상입니다. 따라서 지능의 역설에 의하면 지능이 높은 사람은 채식주의자일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남성들은 과거에 사냥을 주로 했고 여성들은 주로 채집을 했기 때문에 남성보다는 여성이 채식주의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능이 기호와 가치관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사토시의 견해를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지능이 높은 사람이 인생에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이유에 대한 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살펴보겠습니다.

 

 


< 지능의 역설 리뷰 3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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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가나자와 사토시(2020). 『지능의 역설』. 경기: (주)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