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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의 책장/일용할 양식

지능에 대한 오해 - 지능의 역설 리뷰(1/3)

지능에 대한 오해 - 지능의 역설 리뷰(1/3)

 

 

지능이 높은 것이 항상 좋은 것일까?

 

지능이라는 우상

학창 시절은 지능에 따라서 개인의 가치가 결정되기 쉬운 때였던 것 같습니다. 높은 성적은 대학에 가서 받을 교육의 질을 결정하고 이것은 곧 좋은 직장과 미래를 보장하는 것 같이 여겨졌으니까요. 실제로 고등학교 때 똑똑했던 친구들이 성공한 소식만 들어도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남들보다 더 빠르게 부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능이 낮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실패할 확률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닙니다. 학문의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시장의 세계를 잘 파악함으로써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높은 지능은 특정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도와주지만 삶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역설로 가득 차 있기에 지능만이 사람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가나자와 사토시는 그의 책 『지능의 역설』에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오히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들에 있어서 부진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이를 위해 사토시는 지능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풀고자 시도하며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은 지능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음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지금부터는 사토시의 주장을 살펴보면서 지능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의 행동이 지능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능이 높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일까?

1. 지능에 대한 오해

1) 진화 심리학으로 바라보는 지능의 역설

인간의 지능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 사토시가 사용하는 학문적인 틀은 진화 심리학입니다. 진화 심리학은 진화 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인간 심리의 작동 방식은 인류의 조상들이 살았던 환경에 맞춰 적응된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하나의 종으로서의 인간을 탐구하고, 인간의 뇌 또한 진화의 산물임을 받아들이며, 인간의 본성은 천성적이고 인간의 행동은 본성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칙에 따라서 지능을 분석합니다.

 

사토시는 진화 심리학의 목적이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설계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논리와 증거를 통해 밝히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그렇기에 관찰된 현상을 통해 무리하게 도덕적인 정당성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오류도덕적인 정당성으로 현상 자체를 맹목적으로 규명해 버리는 도덕주의 오류를 피해야 함을 지적합니다. 즉, 진화적으로 자연스럽다고 해서 우리가 오늘날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말할 수 없으며 이와 반대로 우리가 추구하는 어떠한 삶의 방향 때문에 진화적인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말입니다.

 

 

진화심리학은 인류 조상들의 본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2) 뇌의 작동 원리와 그 한계: 사바나 원칙

인간의 지능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가 지는 한계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토시는 인간의 뇌는 조상들의 환경에 존재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없고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다”사바나의 원칙’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지금 과거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의 인지능력과 심리는 인류의 조상들이 사바나에서 살며 적응했던 원리와 똑같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TV를 집중해서 시청하는 사람들은 교우 관계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류의 조상들의 환경에서 생생한 인간 이미지는 실제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뇌가 TV속의 사람과 실제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같은 원리로 보면 남성들이 포르노를 소비하는 이유는 그들의 뇌가 포르노 배우와 성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면에 여성의 뇌는 포르노를 보아도 임신될 일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고 그렇기에 여성들은 포르노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사토시는 주장합니다.

 

위와 같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적인 환경에서도 사바나 원칙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상대를 배신하면 이득을 얻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신하지 않고 협력을 택합니다. 이것은 인류의 조상들에게 완전한 익명의 거래는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뇌가 이미 아는 사람과 거래하는 원시시대에 맞는 전략을 택한 경우입니다. 또한 공을 만지면 돈을 잃게 되는 3인용 사이버볼 게임에서 공을 받지 못한, 즉 집단에서 배척받은 플레이어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공을 만지지 않는 것이 돈을 잃지 않아서 이득이지만 조상들이 살았던 사회에서는 집단에서 배척받는 것 자체가 엄청난 손실로 다가왔기에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뇌는 고통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아직도 사바나 초원 위를 거닐고 있다

 

3) 지능은 왜 생겨났는가?: IQ

사바나의 원칙에 따라서 인간의 심리는 과거 조상들의 환경에 알맞게 적응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지능은 이미 적응된 방식이 아니라 “어떠한 사물이나 개념을 추상적으로 생각하여 새로운 영역에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사토시는 정의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추상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인 지능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지능은 정확히 말하면 ‘레이븐 발전형 누진행렬 검사’를 통해 측정되는 IQ(Intelligence quotient), 즉 일반 지능을 말합니다. 사토시는 IQ 테스트를 지능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반박하며 혈압계의 신뢰도가 0.50밖에 되지 않는 반면에 IQ 테스트의 신뢰도는 그 두배인 0.90~0.99에 이른다는 사실을 언급합니다. 또한 그는 성인의 지능은 80% 정도가 유전으로 결정되기에 교육을 통해 지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능이 높은 사람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반 지능은 진화의 관점에서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오늘날의 환경은 사바나에서 삶을 꾸려 나가던 인류 조상들의 직면한 상황과 확연히 다른 일종의 새로운 상황이기에 이를 해쳐 나가기 위해서는 지능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지능은 새로운 상황을 직면하기 위해 추상적인 개념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4) 지능이 요구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바나 원칙 + IQ

사토시는 앞에서 언급한 사바나의 원칙과 일반 지능을 조화시켜 ‘사바나-IQ 상호 작용설’을 주장합니다. 사바나-IQ 상호 작용설은 지능이 낮은 경우 진화의 관점에서 새로운 문제를 직면할 때 잘 대응하지 못하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익숙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일반 지능과 관련이 없다는 이론입니다. 즉, 사바나 원칙이 담당하는 영역과 일반 지능이 담당하는 영역을 구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통계적으로 IQ가 낮은 사람들은 TV에 빠져 사는 경우가 많고 남성의 경우 현실의 여성이 포르노 배우처럼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반면에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진화적으로 익숙한 남녀의 짝짓기에 대해 고전하는 경향이 있고 결혼을 늦게 하여 장애가 있는 아이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또한 지능이 높을수록 피임에 성공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손 번식과 관련된 친족들보다는 친구들과의 교류가 더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IQ가 높더라도 구체적인 공간에 대한 방향 감각이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방향 감각은 오히려 사바나의 원칙에 더 부합하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뿐 아니라 IQ 가 높을수록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을 할 가능성이 높기에 자발적으로 운동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발적인 운동은 일상이 사바나에서 뛰어다니는 것이었던 조상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사토시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지능의 역설이란 지능이 높을수록 진화의 관점에서 보기에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지만 진화의점에서 익숙한 가치관은 일반 지능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것에 적응을 잘하느냐 아니면 기존에 있던 것에 숙련되어 있느냐의 차이가 지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지능이 높다고 해서 삶의 모든 부분에서 뛰어날 수는 없으며 지능은 새로운 것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특정한 능력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사토시의 주장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능의 목적과 한계에 대해 규명하는 사토시의 주장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지능의 차이로 인해 달라지는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에 대한 그의 주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지능의 역설 리뷰 3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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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픽 이미지 출처

"지능이 높은 것이 항상 좋은 것일까?"

"우리의 마음은 아직도 사바나 초원 위를 거닐고 있다"

 

참고서적

가나자와 사토시(2020). 『지능의 역설』. 경기: (주)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