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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의 책장/일용할 양식

만성 피로 원인의 발견 - 정리하는 뇌 리뷰(1/3)

만성 피로 원인의 발견 - 정리하는 뇌 리뷰(1/3)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는 자유도가 매우 높아서 낙시도 할 수 있다

 

지나친 자유가 주는 스트레스

최근 오픈월드라는 장르가 비디오 게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가상 세계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를 늘려 현실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도를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장르에 익숙하지 않다면 높아진 자유도가 오히려 수많은 정보를 다시 정리해야 하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그냥 스토리에 따라 계속 앞으로 진행하면 되는데 <레드 데드 리뎀션 2> 같은 오픈 월드 게임은 너무 현실적이라 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서 초반에는 다소 지겨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게임뿐만이 아니라 인생도 이와 비슷합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그냥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되죠. 하지만 졸업 이후에는 더 큰 자유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인생을 해쳐 나갈 생각을 하느라 적응하기 전까지는 스트레스가 더 큽니다. 이제 스스로 먹고 살 방법을 간구해야 하고 사회생활도 버텨내야 하고 자유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적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 해야 할 것을 알아서 제시해주는 과거의 통제되었던 삶이 스스로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자유로운 삶보다 더 쉽지 않았었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엔트로피의 증가는 게임과 개인의 삶뿐만이 아니라 사실 인류 전반에 걸쳐서 일어났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떤 인류보다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한 세상에서 살고 있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그 어떤 때보다 더 마음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주어진 자유를 온전히 누리는 방법을 몰라 더욱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J. 레비틴은 그의 책 『정리하는 뇌』에서 우리가 정보의 홍수에 침수된 이러한 혼란스러운 삶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지금부터는 레비틴의 주장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스스로 통제하여 삶을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정리된 마음이 주는 상쾌함

1. 만성 피로 원인의 발견

과도한 양과 종류의 정보에 노출된 우리의

뇌 과학적인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가 하루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에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의 신경 네트워크는 우리가 내리는 판단들의 우선순위를 고려해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정보를 처리하기에 앞서 부수적인 정보가 뇌로 유입되면 뇌는 그것을 처리하느라 기존의 유한한 에너지를 다 써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유입되는 정보 자체가 미리 통제되지 않으면 뇌에 과부하가 걸려 최대 효율을 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뇌가 시스템 과부하 현상에 걸리게 되는 이유는 현재 인간의 뇌의 용량이 신경 써야 할 것이 별로 많지 않았던 인류의 조상들의 뇌와 크기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조상들은 간단한 도구들을 사용하며 수렵과 채집을 했기에 뇌의 용량이 그리 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인은 이들과 비슷한 뇌의 용량을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고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었죠. 이러한 상황에서는 마치 과거에 구입한 저사양의 컴퓨터로 최신에 출시된 고사양 게임을 돌렸을 때 프레임 드랍이 나타나는 것처럼 우리의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루에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에 뇌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무시하고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진화되었다고 레비틴은 주장합니다. 그렇기에 뇌가 한 일을 처리하다가 다른 일로 전환을 하게 되면 상당한 신경생물학적 비용이 발생하게 되죠. 따라서 뇌가 정리되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처리하면 과제 전환에 따른 에너지 소모가 높아지면서 더 쉽게 지치게 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정보의 양과 종류를 억지로 처리하다 보니 결국 실제적으로 소화해 낸 정보의 양은 부족해지고 이것은 뇌를 불완전한 어림짐작인 휴리스틱(heuristics)의 함정에 빠지도록 유혹합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만성 피로로 고생하고 있는 것도 문제의 원인이 그들의 뇌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한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는 뇌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뇌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있는 방법

레비틴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뇌가 ‘정보를 기억하는 방식’‘정보를 검색하는 방식’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주의 시스템은 몽상 모드, 중앙 관리자 모드, 주의 필터, 그리고 주의 스위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상 모드는 내면을 향하고, 중앙관리자 모드는 내면과 외면을 향하고, 주의 필터는 외부를 향하고 주의 스위치는 몽상 모드와 중앙 관리자 모드를 전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에 집중할 때 우리의 뇌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중앙 관리자 모드를 사용하지만 일이 지겨워지면 우리의 의식은 휴식 상태인 몽상 모드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뇌의 주의 시스템의 디폴트 세팅은 다양한 정보들이 혼재해 있는 일종의 백일몽(daydream)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내면의 기억에 대해서 검색할 때 뇌는 우리 스스로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일종의 포괄적인 혼합물을 만들어 냅니다. 인지적 경제성의 차원에서 뇌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사물에 대한 일종의 범주화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죠. 다양한 종류의 곤충이 건드리기 싫은 '벌레'라는 단어의 범주에 묶이거나 식탁에 올라오는 다양한 음식들이 '밥'이라는 단어의 범주에 묶이는 것처럼 개인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범주에 따라 정보가 정리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면 뇌가 사용하는 이 범주화의 방식을 이용하여 정리의 부담을 뇌에서 외부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 레비틴의 핵심 주장입니다. 물리적인 장치에 기록을 의무화할 때 우리는 부정확한 내면의 기억에 의지하는 경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머릿속으로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글로 정리할 때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정보를 글로 적어 놓음으로써 뇌는 그 정보를 잊지 않으려는 정신적 에너지를 아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밖에 있는 글이라는 시스템에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했기 때문에 어떤 일을 바로 해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어 정신이 맑아지는 것입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할 때 뇌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현대인의 겪는 정신적인 혼란의 이유가 바로 정리되지 않은 뇌에 있다는 레비틴의 주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비틴이 제시하는 그의 생각 정리 스킬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정리하는 뇌 리뷰 3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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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대니얼 J. 레비틴(2020/2015). 『정리하는 뇌』. 서울: (주)미래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