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마음에 대하여 - 클루지 리뷰(1/4)

불완전한 마음에 대하여 - 클루지 리뷰(1/4)

 

 

 

왜 생각하는대로 마음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일까?

 

의지를 가로막는 마음의 병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공유되는 성공한 모습들을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모든 사람이 자기 나름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것을 잘 가꾸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여부에 따라 사람마다 그 결과물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노력을 가능하게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 어떨 때는 의지가 생기기도 하고 다른 때는 하루 종일 풀이 죽어 있기도 합니다. 뒤죽박죽 한 마음의 상태가 일상적이니 어느 것 하나 진득하게 하기 어려울 때가 대부분인 것이 하루하루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모두가 이러한 마음의 병을 어느 정도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인간관계로 인한 상처들이 그 원인으로 작용하지요. 상대에게 상처 받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여 상처가 더 깊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일종의 설정 값인 것처럼 불안정한 마음이 우리 모두의 삶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요?

 

개리 마커스(Gary Marcus)라는 심리학자는 『클루지(Kluge)』라는 책에서 이 원인을 진화 심리학을 통해서 설명하고자 시도합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전개될 리뷰에서는 마커스의 주장의 핵심 개념인 클루지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 클루지의 원인과 증상을 분석한 후 마지막으로 마커스가 제안한 몇 가지 해결책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클루지로 진화한 우리의 마음

1. 클루지의 개념

마커스는 클루지라는 단어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

(마커스 2020: 14)

 

 

클루지라는 단어는 원래 공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마커스는 아폴로 13호의 달착륙선에서 일어난 사건을 예로 듭니다. 1970년 4월에 이산화탄소 여과기가 고장이 나서 우주 비행사들에게 급하게 새로운 여과기가 필요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이때 그들은 다음과 같이 대처했다고 합니다.

 

문제
: 새로운 이산화탄소 여과기가 필요함

해결책(클루지)
: 비닐봉지, 마분지 상자, 절연 테이프, 양말 한쪽으로 대용물을 만듦

 

우주선에서 당장 구할 수 있는 잡다한 물건들을 조합해서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발명품을 만들어낸 것이죠.

 

 

우주비행사들은 생존을 위해 클루지를 만들었다

 

 

이러한 원리가 진화에도 적용되어 왔다는 것이 바로 마커스의 주장입니다. 진화의 기본 원리는 현재 환경에서 생존하기에 가장 적합한 종을 선택하는 ‘자연선택’입니다. 그런데 마커스는 ‘진화의 관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이 자연선택이 ‘기술들의 누진적인 중첩’이라는 조건 하에서 일어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인간의 척추와 관련하여 자연선택이 일어난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문제
: 도구 사용을 위해 직립보행이 필요함

해결책(클루지)
: 네발짐승에 적합한 척추에서 불완전하게나마 일어서게 됨

 

본래 네 개의 기둥이 서로 교차한 모양의 척추를 가지는 것이 힘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직립보행에 있어서 인간에게 더 이상적 구조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인간의 조상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척추는 네 발로 걷는 동물에게 적합한 일자 척추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선택의 조건을 맞추어 생존하기 위해 인간은 불완전하게나마 일어서는 클루지를 가지게 되었다고 마커스는 이야기합니다.

 

 

네발짐승에 적합한 일자 척추는 우리 신체의 클루지 중 하나다

 

 

이제 이 진화의 원리를 신체가 아니라 마음에도 적용해 봅시다. 인간이라는 종이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정신적인 능력의 비약적인 발달에 있습니다. 이 경우 일어나는 자연선택의 조건들을 살펴봅시다.

 

문제
: 언어, 문화, 사려 깊은 생각이 필요함

해결책(클루지)
: 영장류 수준의 생물 단계에서 불완전하게나마 마음이 형성됨

 

인간 종을 구분 짓는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인 언어, 문화, 사색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정신을 가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조상은 영장류 수준에서의 반사적인 정신 활동만이 가능했습니다. 결국 자연은 이렇게 원시적인 토대 위에 높은 수준의 정신 능력이 애매모호하게 더해진 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인간의 마음은 불완전하게 진화했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마커스의 핵심 주장입니다.

 

 

우리의 마음의 토대에는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 반사적으로 작동하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클루지의 개념과 마커스의 핵심 주장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 마음이라는 클루지의 원인이 되는 불완전한 언어, 기억, 신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 클루지 리뷰 4부작 >

 

불완전한 마음에 대하여 - 클루지 리뷰(1/4)

불완전한 언어, 기억, 그리고 신념 - 클루지 리뷰(2/4)

불완전한 행복, 선택, 그리고 심리 - 클루지 리뷰(3/4)

불완전한 마음에 대한 대안 - 클루지 리뷰(4/4)

---

참고서적

개리 마커스(2020/2008).『클루지』. 서울: (주) 웅진씽크빅